시편으로 빚는 마음, 그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

이 책의 저자는 소개가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존 파이퍼 목사입니다. 국내 여러 서적과 설교 등을 통해 힘 있는 가르침으로 소개된 탁월한 교사이자 지금은 은퇴했지만 33년간 베들레헴 침례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긴 목사입니다. 대표작인 “하나님을 기뻐하라”(생명의 말씀사, 2009)를 통해 Desiring God 사역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전 세계 기독교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존 파이퍼 목사가 시편을 다룬 책을 썼다는 것은 참 올바른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항상 기쁨을 강조하는 신학자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기독교 희락 주의 혹은 기독교 기쁨 주의 신학자라고 부르는 파이퍼 목사는 명령과 의무로 지속되는 기독교 신앙의 폐해를 알리고 “우리가 하나님께 가장 만족할 때 하나님을 가장 영화롭게 한다고” 믿고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우리가 교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실제로 가장 우리를 만족시키는 지식이기 때문이고, 우리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우리를 가장 만족시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고 그리스도를 얻으려 하는 이유는 실제로 그리스도가 우리의 가장 큰 만족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가장 큰 영광을 받으십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편이 주는 기쁨을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그는 “성경에 시편이 없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지금과는 다른 책이 되었을 겁니다. 또 교회는 얼마나 다른 곳이 되었을지요. 그리고 저는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요!”라고 묻습니다(192페이지). 그만큼 시편이 그리스도인의 정서와 감정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빚어가는 데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편은 하나님의 백성들의 정서를 일깨우고 표현하고 빚기 위해 쓰였습니다. 시와 노래가 존재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우리를 생각뿐만 아니라 감정을 지닌 존재로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감정은 굉장히 중요합니다”(38페이지). 저자의 말처럼 시편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빚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영감으로 쓰인 교훈이며 노래입니다. 시편에 깊이 잠길 때 우리는 하나님에 의해 빚어집니다”(39페이지).

이 책에서 존 파이퍼 목사는 6개의 시편을 소개합니다(시편 1편, 42편, 51편, 103편, 69편, 96편). 그리고 각각의 시편을 통해 ‘길 잃은 마음’, ‘낙심한 마음’, ‘후회하는 마음’, ‘자녀의 마음’, ‘분노하는 마음’, ‘새로운 마음’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빚기 위해 깊은 묵상을 시도합니다. 복잡한 성경 주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본문을 깊이 읊조리면서 그 의미를 정서와 감정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시편이 담고 있는 교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시편이 “우리가 주야로 묵상해야 할 주님의 율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시편은 “하나님과 사람 그리고 인생에 대한 교훈으로 쓰였다고” 말합니다(15페이지).

하지만 시편은 동시에 시입니다. 노래입니다. 사람의 감정,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우리의 정서를 일깨우고 빚도록 계획”된 하나님의 영감을 받은 노래입니다. 시편에는 외로움, 사랑, 경외, 슬픔, 후회, 통회, 낙심과 불안, 수치, 환희, 경탄, 즐거움, 기쁨, 반가움, 두려움, 평안, 근심, 바람, 소망, 상심, 감사, 열심, 고통, 확신 등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16-7페이지). 그래서 저자는 각장에서 다룬 시편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의 정서와 감정을 어떻게 빚어가기 원하시는지 계속해서 강조하여 설명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각 장의 마지막에 방금 다룬 시편의 구절과 그에 대한 독자의 묵상을 기록할 수 있는 노트가 추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자신이 먼저 시편을 어떻게 묵상하고 시편으로 어떻게 마음을 하나님의 풍성한 교훈으로 채워 합당한 정서와 마음을 만들어나가는지 본을 보여주고, 독자에게 각자 직접 시편을 마음에 채워보라고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이 부분은 출판사에서 이런 목적을 두고 특별히 제작한 부분처럼 보입니다. 전에 “존 파이퍼가 결혼을 앞둔 당신에게”(생명의 말씀사, 2019)라는 책에서도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읽은 내용을 가지고 편지를 쓸 수 있도록 특별한 공간을 제공했었습니다).

이 책, “시편을 마음에 채우다”가 독자에게 주는 특별한 유익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존 파이퍼라는 훌륭한 믿음의 선배에게 시편을 묵상하고 그것으로 마음을 빚어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은혜로 신실하고 경건한 믿음을 가진 영적 거장에게 배우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과연 성경을 어떻게 읽고 묵상할까 궁금해합니다. 존 파이퍼가 어떻게 시편을 읽고 묵상하는지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살짝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시편을 묵상하고 저자와 같은 깊은 묵상으로 자신의 삶을 일깨우고 빚어가고 싶은 기쁨의 갈망을 얻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유익은 시편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새겨본다는 것입니다. 시라는 장르는 문화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고 이해와 공감의 폭이 문화에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명시라고 해도 다른 문화권에서는 제대로 즐기고 공감하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히브리 문화에서 쓰인 히브리 시인 시편이 오늘날 한국 성도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특별히 전달하기 원하신 교훈이 담긴 시라는 데 있습니다. 성경에 시 장르로 구분되는 여러 구절이 있지만, 150편의 찬양 가사 그것도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가사가 있어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모든 하나님의 백성에게 변함없는 진귀한 교훈을 제공하고 동시에 그 교훈으로 감정과 정서를 빚으신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고 감사가 됩니다.

특별히 저자 존 파이퍼 목사가 특별히 선정한 6편이 시로 독자는 죄에 대한 진심 어린 고백을 하고, 낙심에서 일어나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며, 온 열방을 향해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외치는 등 다채롭고 아름다운 찬양을 함께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존 파이퍼의 마지막 아름다운 권면으로 서평을 마치겠습니다.

시편은 강력할 뿐 아니라 전염성이 있습니다. 시편에서 우리는 심오한 사상과 감정 표현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 안에 거합니다. 우리는 그 흐름 안에서 하나님의 지혜를 따르고 놀라운 경건의 길에 서며, 기쁨 넘치는 찬양의 자리에 앉습니다(193페이지)

이 책을 읽는 모든 하나님의 백성이 저자처럼 하나님의 시편을 사랑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시편이 노래하는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풍성한 지혜 안에 거하기를, 그 지혜가 가르키는 경건의 길로 걸어가기를, 넘치는 찬양으로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기쁨을 노래하며 살아가기를 간구합니다. 시편의 노래가 삶이 되고, 삶이 노래가 되기를 간절히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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