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편으로 노래하는 삶을 멈출 수 없다

마음의 전쟁, 시편, 최종혁, 그의나라

사람마다 취향이 있겠지만, 솔직히 강해서를 그렇게까지 즐겨보지 않는 편이다. 말씀 연구나 설교 준비를 위해 단어의 뜻과 본문의 의미를 자세히 알기 원하면 주석을 찾는다. 하나님, 죄, 구원, 말씀, 창조 등 성경의 주제를 깊이 묵상하거나 통찰을 얻기 원할 땐 시편 51편을 가지고 “회개”를 설명한 마틴 로이드 존스의 책이나 시편 119편을 가지고 “말씀의 기쁨”을 노래한 크리스토퍼 애쉬의 책을 찾는다. 그런데 강해서는 어중간한 위치를 차지한다. 설교문이라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로 써있다. 하지만 설교 현장에서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기록된 책의 형식으로 접하니 설명은 빈약하게 느껴지고 위로와 격려가 담긴 설교자의 열정은 전달되는데 한계가 있다.

강해서 장르 자체의 한계는 아니다. 만일 강해서의 형식으로 쓴 책이면서도 본문에 대한 설명이 풍부하여 독자에게 성경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면서도, 그 본문에 담겨 있는 성령의 능력을 설교자의 인격과 열정으로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면, 그 강해서 만큼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위로와 격려, 감동과 교훈을 강력하게 전해줄 수 있는 책은 없을 것이다. 마틴 로이드 존스나 스펄젼, 존 맥아더 등의 훌륭한 강해 설교자의 강해서가 그래서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다. 최종혁 목사가 쓴 시편 강해서, “마음의 전쟁, 시편”도 마찬가지이다. 시편 제1권(1-41편)이 담겨있는 이 책은 2013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4년 동안 그가 연구하고 선포한 시편 설교의 모음집이다.

거의 천 년 동안 기록된 시의 모음집, 옛 언약의 백성뿐만 아니라 새 언약의 백성이 하나님을 찬양할 때 사용한 예배 찬송가, 성령의 감동을 받아 기록된 찬송시이자 그리스도께서 사랑하여 자주 인용하고 자신을 나타내실 때 노래하신 시편은 시대와 장소와 문화를 초월하여 모든 하나님의 백성이 사모하여 부를 노래이다. 오늘날 멜로디와 박자 등 음악적 요소를 거의 알 수 없어 똑같이 부르진 못해도 새로운 멜로디로 이 시대 하나님의 백성이 동일한 시편을 노래하고 있다. 왜 그런가? 오래된 히브리어로 기록된 고대 시가를 어떻게 지금도 새로운 마음과 감정으로 부를 수 있을까?

시편의 저자인 다윗과 여러 예배자가 겪는 삶이 오늘날 성도가 겪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원수의 공격과 사방에 둘러싼 위험들이 오늘날 성도에게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께 부르짖고 탄식하며 구원을 호소하는 마음 역시 오늘날 성도의 마음과 같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 이스라엘 백성을 마른 땅으로 건너게 하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오늘날 그리스도의 피로 새 언약을 맺으시고 사망의 골짜기를 지나는 성도와 늘 함께하시며 두려움을 기쁨으로, 원망을 찬송으로 바꾸신다. 시편의 저자이신 하나님께서 변치 않는 분이시기 때문에, 그 시편을 노래하는 성도가 동일한 하나님의 언약 아래 삶을 노래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시편은 여전히 아름답고 강력한 성도의 고백이며 노래가 된다.

하지만 노래 모음집인 시편을 연속으로 읽는 것은 쉽지 않다. 계속해서 불평을 늘어놓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같은 주제를 계속 다른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히브리 시의 독특한 표현도 오늘날 성도에게는 생소하다. 성경의 분명한 교리와 신학이 시편 기자의 생생한 표현과 잘 맞지 않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가령 원수에게 쏟아지길 바라는 심판과 저주 등,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지 않으셨나?).

“마음의 전쟁, 시편” 강해서가 특별한 것은 바로 시편 1권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비슷한 유형의 시를 똑같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하지만 분명하게 해석해준다는 것이다. 히브리 시의 표현을 원어의 의미를 찾아 설명해주거나 다윗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외부 문맥을 통해 시의 의미를 생생하게 표현하거나 시편 저자가 다루고 있는 주제인 죄, 구원, 심판과 복, 악과 선에 대한 개념을 시에서 저자가 사용한 단어의 의미를 통해 정리해주는 등 독자가 각각의 시가 어떤 의미로 기록되었는지 확실히 음미할 수 있고 묵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별히 긴 시의 경우엔 몇 단락으로 나누어 설명을 대충하고 넘어가지 않고 충실하게 다룬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비결은 저자가 시편 설교 한편 한편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부지런히 연구했기 때문이다.

최종혁 목사

동시에 “마음의 전쟁, 시편”은 주석처럼 딱딱한 책이 아니다. 본문의 의미만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 최종혁 목사는 시편 기자가 처한 상황을 독자가 보면서 자신이 처한 유사한 상황을 떠올리도록 돕는다. 억울한 일을 만났을 때,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죄를 범하고 낙심했을 때,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경험했을 때 등 다양한 시편 기자의 상황과 우리가 마주하며 살아가는 현실을 비교하도록 권한다. 상황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마음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같기 때문에 독자는 이 책에서 말하는 각각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하며 시편 기자처럼 하나님을 찾게 되는 것이다.

최종혁 목사의 강해서 “마음의 전쟁, 시편”이 가장 유익한 부분은 시편 자체가 의도하고 있는 것처럼 마음의 전쟁 중에 결국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 다윗이 탄식과 호소로 노래를 시작하다가도 마지막엔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그 신뢰를 바탕으로 얻은 평안과 기쁨을 노래하는 것처럼, 이 책은 결국 독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 상황이 당장 변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구원의 때와 방법이 우리의 생각과 다를지라도 끝까지 주님을 바라보고 신뢰하며 그분의 말씀이 주는 평안 가운데 기뻐하게 하는 힘은 시편 본문에 담긴 성령의 의도하신 의미와 능력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강해서의 장점을 제대로 살렸다. 저자의 힘 있는 호소와 권면, 위로와 격려가 잘 느껴진다.

이 책은 매일 시편을 1편씩 읽거나 개인적으로 공부하면서 함께 읽으면 좋다. 시편을 묵상하며 얻는 은혜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특별히 536페이지의 두꺼운 책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제공한 출판사의 배려도 놀랍다. 그만큼 마음의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많은 성도가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며 전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끄실 것이니 승리의 소망 가운데 기뻐하며 끝까지 충성스럽게 싸울 것을 격려하기 원하는 마음인 것 같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요즘, 과거에 험악한 세월을 살았던 믿음의 선배들이 불렀던 시편을 더 큰 목소리로 불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시편을 노래하신 것처럼, 전쟁 같은 삶 가운데서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인 시편을 더욱더 힘차게 노래할 수 있다. 환난 중에 하나님을 향해 신뢰와 믿음의 노래를 부르자. 더 크게 부르자. 하나님께서 우리 삶 가운데 임재하여 우리 마음에 일어난 전쟁을 그치시고 마침내 온전한 승리를 거두게 하실 것이다.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의 소망은 더욱 빛이 난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하나님을 향한 시편의 노래를 멈출 수 없다.

“마음의 전쟁, 시편”이 매일의 삶 속에서 전쟁 중에 있는 많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을 노래하게 하는 좋은 도구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래서 저자의 간절한 바람처럼 안팎에서 벌어진 죄와의 싸움에서 하나님 주신 말씀으로 승리하여 참된 하나님의 예배자로 삶을 노래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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