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고 주를 알아 반드시 승리한다

조엘 R. 비키 <사탄과의 싸움> 개혁된실천사, 2021

기독교가 뿌리내릴 때 기존의 토속신앙과 혼합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그곳에 정착할 때 하나님은 사람을 비롯하여 우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거해 버리기 원하셨는데, 여호와 하나님과 함께 우상을 혼합하여 섬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시고 신약의 교회를 제정하실 때 역시 유대교가 왜곡한 민족신앙과 그리스-로마 문화와 종교가 섞인 혼합신앙이 초대교회를 여러 방면에서 괴롭혔던 것이 사실이다. 신약의 서신서들은 그래서 바른 교리, 때 묻지 않은 진리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종교 개혁 시대 “오직 성경”이 추구하는 것 역시 성경의 진리에서 벗어난 모든 것을 제거하고 최고의 권위인 성경을 중심으로 하나님과 그리스도와 은혜와 믿음을 각각 정의한다.

기독교가 한국 토속신앙과 혼합되어 성경의 가르침에서 가장 많이 멀어진 부분이 있다면 바로 귀신론/천사론/성령론 부분일 것이다. 귀신과 천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로 혈과 육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달리 하나님의 특별한 사역을 위해 그분을 섬기도록 창조된 영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한국 귀신 사상과 혼합되어 많은 사람이 귀신/천사를 오해한다. 또한, 성령 하나님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한 위격이신데, 실제로 교회에서 성령을 받고, 부르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무아지경에서 쏟아내거나, 환각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신령한 것으로 여기는 현상을 보면, 오직 성경에 입각한 것으로 보이기보다는 잘못된 귀신론을 성령에게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한 현대 시대, 귀신과 천사를 말하는 것은 미신적이고 신화적이라 여기며, 교회 안팎에서 일체 영적인 존재에 관한 대화를 거부하는 풍조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오직 성경”을 구호로 삼고 성경만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귀신/천사는 토속적인 귀신론과 섞어서도 안 되고 동시에 미신, 신화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 귀신/천사, 특별히 귀신에 대해 알고 대응해야 할까? 조엘 R. 비키가 이 책 <사탄과의 싸움>을 통해 청교도인들의 지혜와 함께 성경적인 가르침을 제공한다. 2016년 여러 대표적인 미국 기독교 기관과 기독교 지도자들이 올해의 책으로 추천한 책이 바로 <사탄과의 싸움>이다. 그만큼 시대적인 필요가 분명하고 그 필요를 이 책이 채워준 것이다.

조엘 비키

조엘 비키는 국내 잘 알려진 저자이자 목사로 청교도 신학에 능통하고 그것을 현대 신학과 실천에 적용하는데 탁월하다. <사탄과의 싸움>을 통해 비키는 사탄의 실체와 전략, 그에 대한 대비를 알려주는데, 비키의 여느 책처럼 이 책에서도 독자는 청교도인들이 깊은 묵상에서 길어내어 표현한 여러 가지 교훈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네 번의 강의를 정리한 것으로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로 사탄의 인격성과 역사를 통해 사탄의 실체를 파악하고, 둘째로 사탄의 약점을 파악하여 적절하게 방어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도우며, 셋째로 사탄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을 파헤쳐 그 책략에 대처하도록 지원하고, 마지막 넷째로 사탄이 패배한다는 것이 개인의 삶과 교회와 국가에서 각각 어떻게 나타나는 것인지 설명한다.

가장 먼저 그리스도인은 사탄의 존재를 인식해야 한다. 하나님께 속한 이들을 사탄이 증오한다는 걸 항상 기억해야 한다. 적과의 싸움에서 방심하면 패배하는 것처럼, 사탄을 간과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울부짖는 사자처럼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는 사탄은 존 블랜차드를 인용하여 비키가 말한 것처럼 “책략이 뛰어나고, 교활하고, 지능적일 뿐 아니라, 가장 나이가 많은 그리스도인보다 더 오래 살 수 있고, 가장 근면한 그리스도인보다 더 오래 일하며, 가장 강한 그리스도인보다 더 강하고, 가장 지혜로운 그리스도인보다 더 지혜로운 원수”이다(14페이지). 비키는 참 신자를 사탄은 증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탄이 우리를 미워하는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계시고, 우리가 그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13페이지).


하지만 사탄은 결단코 하나님께 속한 이들을 파멸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 사탄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에 따라 불과 유황에 던져질 것이며 세세토록 그곳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날이 이르기 전까지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서 사탄의 활동을 허락하고 계신다. 비키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탄의 악한 계획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항상 실패한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그것이 자신의 목적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성취하도록 섭리하시기 때문이다”(31페이지).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사탄만이 아니다. 하나님의 백성도 포함된다. 하나님의 백성은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고 명령하신 뜻에 따라 전신갑주를 입고 사탄을 대적할 때 그분의 뜻을 이루는 데 참여할 수 있다.

오늘날 개인의 삶에서 치열한 죄와의 싸움 가운데 패배하는 이들이 많고,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보다는 세상의 염려와 조롱거리가 될 때가 많다. 국가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길이 아니라 마귀가 만든 풍조에 따라 말세의 고통하는 때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도 그리스도인이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길은 <사탄과의 싸움>에서 말하는 것처럼 적을 제대로 알고 성경이 말하는 전략과 전술에 따라 힘써 싸우는 것이 아닐까? 마침내 승리가 온전히 실현될 때, 우리의 승리가 하나님께 온전히 속해 있음을 알면서도, 우리가 이기는 자로서 하나님 편에 계속해서 서서 싸웠다는 것으로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승리의 보좌에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리는 자로 앉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신자에게 “사탄과의 싸움”이 허구적인 혹은 신화적인 내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탄과의 싸움”은 모든 신자의 현실이며 그 영적 전쟁 중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통해 넘어질 때마다 풍성한 은혜로 공급받아 다시 일어나 싸우고, 계속해서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하는 실재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섭리 아래 우리는 이로써 전장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한다. 아무쪼록 하나님의 군사이자 함께 사탄에 맞서 싸우는 전우들인 형제자매가 이 책을 통해 더욱더 전략적으로 그리고 하나님을 굳게 붙들며 그분의 능력으로 최후 승리까지 포기하지 말고 함께 싸우게 되기를 간절히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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