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여, 좌절하지 말라

크리스토퍼 애쉬 <좌절된 설교의 치유> 좋은씨앗, 2021

원래 이 책의 제목은 “The Priority of Preaching”(“설교의 우선순위”)이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지은 <좌절된 설교의 치유>라는 제목도 적합한 것 같다. 왜냐하면 많은 설교자와 설교를 듣는 이들이 실제로 설교가 좌절된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기 때문이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애쉬가 말한 것처럼 설교는 더 이상 인기 없는 낡은 소통의 도구처럼 취급받는다. 교회를 운영하고 성도를 돌보는 설교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설교를 준비하는 동안 과연 설교가 목회 현장의 실질적 필요를 얼마나 채워줄지 의구심을 품는다.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는 일에 설교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의심스럽고, 여전히 큰 능력과 영향력을 미치는 설교는 그저 은사가 특출한 유명 설교자에게 제한된 것이라 여긴다.

크리스토퍼 애쉬

케임브리지 세인트앤드류 교회에서 강해설교자로 섬기고 있는 크리스토퍼 애쉬는 EMA(Evangelical Ministry Assembly) 컨퍼런스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이 책 <좌절된 설교의 치유>를 통해 설교가 교회와 세상에 어떻게 하나님의 능력을 선포하고 열매를 거두는지 밝히 보여줌으로서 좌절한 설교자와 설교를 듣는 이들의 마음에 참된 치유를 가져온다. 설교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켜 준다. 신명기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권위 있고 인자한 말씀을 저자가 끌어올려 독자에게 부어줄 때, 치유의 능력은 바로 설교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에서는 설교 말씀의 권위가 어디서 나는지 설명한다. 보통 설교를 다룬 책에서 일반적으로 하나님이 성경의 저자이시고 말씀을 바르게 해석하여 전달할 때 하나님 말씀의 권위가 설교의 권위로 발휘된다고 가르친다. 애쉬는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오늘날 설교자를 통해서, 그것도 설교자가 설교할 때 권위 있는 말씀을 선포하신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청자가 설교자가 설교하는 곳에 가야 할 당위성을 분명히 하며, 특별히 저자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불러모으시고 백성이 모인 그곳에서 항상 말씀 선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성경을 통해 입증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격려한다. “지역 교회의 회중 앞에서 설교할 수 있다는 것은 놀랍고도 위대한 특권이다. 당신의 설교를 듣는 동안 사람들은 그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73쪽).

두 번째 장은 설교가 교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강조한다. 설교자는 수많은 상담 사례와 교회 운영, 행정 업무 등을 뒤로하고 설교에 매진하면서 정말 설교가 다른 기회비용을 생각할 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던질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설교는 모든 교회의 필요를 채울 만큼 강력한 능력이 있다. 물론 상담이나 운영 등 다른 부분에 하나님의 지혜나 우리의 수고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설교가 그것과 별개로 주어진 하나의 업무에 불과하다는 우리의 오해와 착각을 불식하는 것이다. 설교는 하나님의 실존을 제대로 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청중의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애쉬가 말한 것처럼 “사람들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 그리고 문화에 대한 적실성과 연결성이 반드시 밑받침되어야 한다”(98쪽). 반복되어 선포되는 말씀은 날마다 성도가 겸손히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만들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설교를 위해 “절실하고도 명료함을 갖춘 열정, 명료하면서도 열정은 담은 절실함, 그리고 열정적이고 절실한 명료함을 위하여 분투하자”라고 권면한다(124쪽).


세 번째 장은 무너진 세상을 회복시키는 설교 즉 전도와 선교에 설교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설교자는 성도보다 전도할 대상을 만날 기회가 적다. 주로 성도를 섬기고 가르치고 양육하는 일을 전담하기 때문이다. 해외 선교를 나가기도 힘들다. 교회 내부에서 목양하는 일을 맡았기 때문이다. 설교자의 주 업무는 설교이고, 그래서 때로 설교는 전도와 아무런 관계없는 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애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설교로 빚어진 성도의 삶이 세상에 선포되는 하나님의 복음이며, 그 삶의 견고함이 강력한 전도의 도구가 된다고 말한다. “그리스도를 말씀으로 전하는 설교, 거듭거듭 반복해서 전하는 은혜의 말씀 설교, 열정과 참여가 항존하는 설교, 오직 그런 말씀의 설교만이 깨어진 세상을 다시 세우고 참된 하나님의 총회를 창조할 수 있다”(173쪽). 저자의 마지막 말이 참 큰 위로와 격려가 된다. “여러분과 내가 돌아오는 주일에 교회 강단에서 행하게 될 그 일이,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무력하고 아무 소용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깨어지고 무너진 이 세상을 치유하고 회복 시켜 다시금 하나 되게 만드는 하나님의 귀중한 일이다”(191쪽).

마지막 부록에서 저자는 “하나님께 마이크를 넘기라”는 제목으로 왜 연속 강해 설교를 해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이유들을 제시한다. 설교자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설교의 핵심 주제와 개요와 앞으로의 전개, 교훈 등을 말씀하시게 하는 설교가 바로 연속 강해 설교라고 말한다. 그러니 매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까지 하다가 그치는 설교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시고 싶으실 때까지 선포하시도록 마이크를 넘기라고 권면한다.

그동안 많은 설교 관련 서적을 읽었지만, 크리스토퍼 애쉬의 <좌절된 설교의 치유>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설교자에게 큰 힘과 치유를 가져다주는 책이었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감탄하고 하실 일들을 기대하며 더 좋은 설교의 도구가 되고 싶은 갈망을 일으킨다. 설교를 계속해서 듣는 성도에게도 이 책은 참 유익한 책이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설교를 듣는 자세나 기대를 바르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지금도 설교를 통해 말씀하신다. 사도 바울의 권면처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말씀을 전파하고 그 말씀 앞에 나와 청종하고, 거룩한 하나님의 회중으로서 말씀을 살아내기 원한다. 그러면 <좌절된 설교의 치유>가 말하는 참된 치유를 하나님께서 가져다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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